5.16혁명 전야-7 (김 대령의 배짱)
육군참모총장 장도영 중장이 있는 서울 시내 소공동의 서울지구 방첩대(506부대)는 바야흐로 혁명 진압본부로 변해 있었다.
장도영은 ‘은성’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끝내고 나서 이곳에 들려, “나 없는 사이에 또 다른 이상은 없나?” 하고는 이철희 방첩부대장과 이희영 506부대장에게 물었다.
“이상…은, 글쎄요…?”
이희영은 머뭇거렸다.
사태를 얼버무리자는 뜻이 아니고,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를 ‘이상’이라고 한계를 지어야 할지, 순간적인 판단이 안 섰기 때문이다.
“A사단은 어떤가?”
“A사단에 나가 있는 백운상 부부대장으로부터 보고가 들어 왔습니다.
이철희 준장이 즉시 대답했다.
“그런데?”
“이 시간 현재까지 이백일 중령을 체포하지 못하고 있으나, 부대출동은 중지되었다고 합니다.
“이백일은 도주했나?”
“그런 모양입니다.”
“사단장한테서는 연락이 없었나?”
그러자 이희영 대령이 나섰다.
“이상국 준장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는 제가 받았습니다.
“그런데?”
“CID 방 중령과 함께 반란음모는 진압했고, 현재 사단은 평온을 되찾고 있다고 합니다.
“좋아! 6관구사령부 쪽은 어떻게 됐나? 육본에서 나간 영관급 장교들을 해산 시켰다는 보고가 있었나?”
“하자… 그대로 있는 것 같습니다.
“뭐야? 아니, 그대로 있다니? 헌병감한테 빨리 전화 하시오!”
이희영은 힘차게 대답하고는 즉시 수화기를 들었다.
“공 수단 쪽은 어떤가?”
이철희 준장이 공수단의 상황을 보고했다.
“각하의 지시에 따라서 장호진 장군이 공 수단에 나가 있고, 야간 훈련 명목으로 출동하려던 병력은, 현재 출동이 중지되고 있다고 합니다.
“좋아!”
“각하, 헌병감이 나왔습니다.”
“음, 아, 조 장군이오? 나 참모총장인데….”
“내, 각하!”
“당신 지금 어디 있는 거야?”
“육본에 있습니다.”
“육본에 있으면 어떠하나? 6관구사령부는 어 떡 하구?”
“이광선 차감이 수사요원과 헌병 70명을 거느리고 나가 있습니다.”
“그럼 6관구사령부에 집결해 있다는 육본의 장교들은 어떻게 됐소?”
“그렇지 않아도 지금 이 차감한테 보고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보고를 기다릴 게 아니라 당신이 직접 나가 봐요, 직접! 나가서 영관급 장교들이 그대로 있으면 빨리 귀가시키든가 불응하면 조치를 취하란 말이오.”
“알겠습니다. 곧 그리로 가겠습니다.”
“6관구사령관 , 서 장군은 지금 사령부에 있겠지?”
“아닙니다. 지금 저와 같이 계십니다.”
“뭐라 구? 아니, 사령관이 왜 거기에 있단 말이오? 서 장군을 바꾸시오”
“알겠습니다.”
“각하, 전화 바꿨습니다.”
“서 장군! 아니, 사령관이 왜 거기 있는 거요?”
“조 장군으로부터 자세한 애기를 들을까 하고 온 것입니다.”
“자세한 애긴 나중에 듣고 빨리 사령부로 가시오. 지금 사령부는 누가 지휘하고 있소?”
“참모장 김재춘 대령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김 대령에게만 맡길 게 아니라 사령관이 직접 지휘해야 할 게 아니오?”
“알겠습니다.”
장도영은 부아가 치미는 것을 억제할 수가 없었다.
“B사단은 그 후 변동 없소?”
“네, 각하의 지시대로 안동순 사단장이 직접 부대를 장악하고 있어 출동은 저지 된 모양입니다.”
장도영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 이가 말이다.
참모총장도 모르는 ‘비둘기작전’ 이라니? 그리고 야간훈련이라니? 그때 문득 장도영의 머리에 스치는 게 있었다.
<박정희 소장이 중심이 돼서, 육군본부의 많은 영관급 장교들과 서울 근교의 예비사단 병력이 쿠데타를 일으키려 한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방첩대 부부대장 백운상 대령이 한 말이 문득 떠 오른 것이다.
“이 대령!”
장도영은 이희영을 바라보았다.
“네….”
“박정희 소장의 거처가 아직 확인 안 됐소?”
“지금 6관구사령부에 계실 겁니다! 저희 부하들이 6관구사령부로 들어가는 걸 확인했다는 보고를 해왔습니다.”
“전화로 연결하시오! 빨리!”
“네!”
장도영은 사태가 매우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박정희 소장이 중심이 된 군사쿠데타가 바로 이 시간에 도모되고 있는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장도영은 다른 사람이면 또 몰라도 박정희만큼은 자기의 말이라면 들을 것이라고 믿었던 것일까. 사실 그는 박정희 소장을 위기에서 구명해 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출처 : 도큐멘타리 제3공화국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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