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2월 9일 고종 황제가 승하한 거처인 창덕궁 함녕전에서
일본 왕가 장례의식인 봉고제(장례를 하늘에 알리는 의식)가 열렸다.
사진은 함녕전에 차려진 일본 신사풍의 제단 앞에서
황실유족과 일본 제관, 총독부 관계자들이 의식을 치르는 장면이다.
정면 깊숙이 황제의 거처쪽에 일본식 제단을 중심으로
일본 전통 복식을 입은 제관이 가장 앞자리에,
조선의 전통 굴건 제복을 차려입은 유족이
그 뒤에 어색하게 선 모습은 쇠락한 황실의 처지가 도드라진다.
왼쪽 문 바로 옆에서 힐끗 카메라를 보고 있는 인물이 당시 총독 하세가와다.
그 옆에 화려한 견장의 제복을 입은 정무총감 야마가타의 모습이 보인다.
고유의 왕실의례조차 일본식을 강요당했던 당시 황실의 실상을
단적으로 증언하는 소중한 사진이다.
서울대박물관 제공 [2006/05/26 1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