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보라 속에 갇혔다가 눈 굴을 뚫고 지폐를 태워 온기를 유지한 끝에 살아난 한국계 미국인 김용춘(66)씨. /AP
미국 북서부의 마운틴 레이니에(4392m)의 워싱턴주 산악 지역에서 설상화만 신고 혼자 이틀 동안 눈보라
속에 갇혔던 한국계 미국인이 눈 굴을 뚫고 지폐를 태워 온기를 유지한 끝에 살아났다.
타코마에 살고 있는 김용춘(66)씨는 시애틀의 KOMO 텔레비젼에서 가지고 있던 라이터로 처음에는 나뭇잎을 태웠다고 말했다.그러나 얼마 못가 몸에
지닌 소지품을 태워야 했다: 치약, 여분의 양말 그리고 지갑에 든 1달러와 5달러 짜리 지폐.
김씨는 몸을 따뜻하게 유지할 셈으로
계속 제자리 뛰기를 했다. 밤에는 나무를 지붕 삼아 잠들지 않으려 애쓰면서 아내, 그리고 뜨거운 사우나를 꿈꿨다고 말했다.
조난
초기에는 큰 바위 옆에 피난처를 마련했으나 눈이 너무 깊게 쌓여 숨 쉬기도 어려웠다. 다행히 눈 속에서 큰 나무를 발견해 눈이 없는 공간에 머물
수 있었다. 지난 14일 등산 클럽 동료16명과 함께 눈신발을 싣고 하이킹에 나섰던 김씨는 그룹 리더였다. 그는 레이니에의 남서 사면의 인기
있는 고지대 목적지인 파라다이스 지역에 다 와 비탈길을 굴러 일행에서 떨어져 나간 후14일 실종 신고됐다.
김씨가 그룹 맨 앞에서
길을 인도한 리더였던 탓에 다른 동료들은 김씨가 정확히 어디서 미끄러졌는지를 수색대에게 설명하지 못했다. 수색대는 엉뚱한 곳을 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씨 또한 등산로 밑에 가면 일행을 만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방향감각을 상실, 이상한 곳으로 향했고 그러다 통신용 라디오,
장갑과 스키 폴까지 잃어 버렸다.
수색대원들은 깊게 눈이 쌓인 곳을 가로질러 설상화로 접근할 수 있는 강 계곡을 따라 올라간 뒤
김씨를 얼음 언 깊숙한 한구석에서 발견했다. 김씨를 발견하기는 16일 오후였으나 울퉁불퉁한 바위에 눈이 깊게 덮힌 지형에서 1650m 높이의
파라다이스 산장까지 나오는 데는 9시간이나 걸렸다고 이 레이니에 산 구조대의 대변인 리 테일러는 말했다.
테일러 대변인은 타코마
지역 신문에 김씨가 경험있는 등산 하이커로 3명의 구조대원에 발견될 당시 정신이 총총하고 몸도 괜찮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실제 구조됐을 때
김씨의 몸 상태는 워낙 좋아 병원에 갈 필요도 없어 가족과 함께 즉시 집으로 갔다.
한국군으로 월남전에 참전했던 김씨는 군대 때
배운 것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30년 전 미국 시민이 됐다.
설상화는 체중을 좀 더 넓게 분산시킬 수 있게끔 특별히
넓적하게 만들어진 눈신발로 눈밭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마운틴 레이니에는 14일 당일 약 영하 섭씨 9도에 여러 곳에서
20㎝의 새 눈이 쌓였다.
기상 악화로 구조 헬기는 띄우지 못했다.
김씨의 양아들 말콤 안과 처제 상순 토민은 구조
당국에 감사를 표하면서 구조 소식을 듣고 신에게 감사하고 '할레루야"를 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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